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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쉬어도 피곤했던 이유… '장 건강' 문제일 수 있다 [인터뷰]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장 건강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면역, 감정, 수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장기다. 장 점막의 미세한 손상이나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만성 피로, 수면 장애, 반복되는 감기, 피부 트러블 등 다양한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과 전문의 이성윤 원장(서울삼성내과의원)은 "장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을 중심으로 장 건강과 전신 증상의 연결 고리를 짚었다. 이 원장은 대장내시경의 기능적 활용부터 약물·식이 병행 전략, 일상 관리법까지 폭넓게 설명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q1. 장이 안 좋으면 소화불량이나 배변 문제만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외에도 증상이 생길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라 뇌, 면역계, 감정, 피로감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매우 복합적인 기관입니다. 장 점막에 손상이 있거나 과민성 장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배변 이상을 넘어 △만성 피로, △수면의 질 저하, △불면, △두통, △집중력 저하, △반복되는 감기, △피부 트러블 △식사 후 더부룩함, △무기력감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장 점막 기능의 저하나 장내 미생물 균형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q2. 만성 피로나 불면이 주된 증상일 때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피로와 수면장애가 주된 증상일지라도, 그 원인이 장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권장합니다.
• 반복되는 복부 팽만, 변비 또는 설사
• 이유 없는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 식사 후 트림, 가스, 복부 불편감
• 최근 면역력 저하, 감기 반복
• 피부 트러블과 함께 장 불편감 동반
이럴 때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병변을 찾는 검사를 넘어서, 현재 장 상태의 '기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q3. 그런 장 상태를 대장내시경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건가요?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용종이나 암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장이 얼마나 민감한 상태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지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내시경 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점막의 색상, 탄력, 혈관 분포
• 미세한 염증 흔적이나 위축된 점막
• 장내 가스 분포나 내용물 정체 여부
이러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장이 외부 자극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회복 능력은 어떤 상태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q4. 장이 피로나 수면에 영향을 준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인가요?
대표적인 개념이 '장-뇌 축(gut-brain axis)'입니다. 장이 뇌와 밀접하게 연결돼 상호작용한다는 의미로, 장이 단순한 소화기관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뇌, 신경, 면역, 호르몬과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우선, 장내 세균은 세로토닌(기분과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90% 이상을 생성하며, 정신 건강과 수면의 질에 직접 관여합니다.
둘째, 장 점막이 손상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전신에 퍼져 만성 피로나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장내 독소나 염증이 심해지면 수면 리듬이 무너지고 인지 기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단순한 소화 문제가 아니라 피로, 수면 장애, 감정 기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q5. 장이 안 좋을 때는 약을 먹는 게 먼저일까요, 식습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할까요?
약물과 식습관 관리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증상이 뚜렷할 때는 약물치료가 우선됩니다. 예를 들어 장운동 이상이 있으면 진경제, 점막 손상이 의심되면 항염증제나 점막 보호제를 사용합니다.
이후 회복기나 재발 방지 단계에서는 식이요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 점막 손상이 있을 때는 글루타민, 아연, 비타민d를 보충합니다. 복부 팽만 증상이 있다면, 저포드맵(fodmap) 식단 조절을 하면 좋습니다. 수면장애가 동반된 경우에는 트립토판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수면 위생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장내시경 등으로 장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뒤, 증상 유형과 생활습관을 고려해 약물과 식이요법을 체계적으로 조합하는 것입니다.
q6.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이 장내 미생물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장내 미생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입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면서 장내 균형이 무너집니다. 그 결과 장 점막의 방어력이 약해지고, 염증 반응이 쉽게 유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면 부족은 자율신경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장의 연동운동이 불규칙해지며 면역 기능도 떨어집니다. 결국 장내 세균 구성이 변하면서 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피로나 감정 기복, 면역력 저하 등 전신 증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7. 장 건강을 위해 일상에서 꼭 실천하면 좋은 기본적인 습관이 있을까요?
장 건강은 특별한 방법보다 일상에서 기본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습관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장 기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기
② 하루 1.5~2리터 정도 충분한 수분 섭취하기
③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장의 연동운동 자극하기
④ 일정한 수면 습관 유지하고, 늦은 시간 폭식은 피하기
이런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장 점막 보호와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8.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장의 상태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 점막이 손상된 급성기에는 유산균이 오히려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회복기에는 특정 균주가 포함된 유산균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과 시기를 고려해 유산균을 선택적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q9.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도 여전히 피곤하다면, 그 신호는 장에서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
대장내시경은 단순히 용종이나 암을 찾기 위한 검사가 아닙니다. 장 점막의 염증 상태나 기능적 건강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진단 도구입니다. 불편함이 없더라도 지금 장의 상태를 기록해두는 것, 그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